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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7년 외부활동이 자유스럽지 않은 코로나 19시기여서 인근의 아이들 몇몇을 모아 톡콘클래스를 온•오프라인으로 운영했다. 한 학기 정도 진행될까 했던 수업이 1년을 훌쩍 넘었고 이 수업을 통한 아이들의 생각도 성장한 것을 확인할 수 있어 참 애착이 간다. 톡콘클래스는 주제에 대해 자유롭게 대화하며 자신의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나누고, 이를 통해 자신이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목적에 부합하도록 하나의 스토리로 구성해 각자가 선호하는 콘텐츠로 담아내는 작업이다. 어떤 친구는 소설을, 어떤 친구는 웹툰을, 어떤 친구는 영상을, 어떤 친구는 시나 시각 이미지로 표현하기도 한다.한 아이가 최근 학교에서 세월호 희생자를 위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이제 중학교 3학년이 된 아이들이라 세월호 사건이 있던 해는 초등학교 ..
'나의 성공'과 그 기준을 정의하라 누군가 내게 ‘참 열심히 산다’는 말을 했다. 과거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게으름을 부리고 있어 일상을 부끄럽게 느끼는 시기에 그런 말을 들으니 참 민망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한다는 자기 계발서가 한국 외환위기 시기를 전후로 서가를 채웠고, 나도 거의 매일 하루에 한 권 이상은 읽어치우곤 했던 듯하다. 세상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사람들은 보통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열심히들 산다. 대학을 졸업하고,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도, 성공한 광고인이라면 어떠해야 한다는 이미지와 그를 위해 해내야만 하는 것들이 있었다. 적어도 매일 하루 2편 이상의 영화를 보고, 나의 관심과는 상관없이 다양한 정보를 섭렵하고 있어야 하며, 해당 업무분야에 관한 전문서적도 일주일에 3~4권씩 읽어..
기억해야 살아있다 - 故 백기완 선생을 기억하며 최근 하버드대학 로스쿨 램지어 교수의 논문 중 위안부 피해자에 대한 폭력적 망언에 국민적 분노가 인다. 거기에 국내 극우라 자칭하는 친일의 무리가 이런 진실을 왜곡하는 일본의 주장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있어 황당함을 넘어 절망감마저 든다. 세월이 흐르고, 일본군 위안부로서 피해를 겪었던, 살아있는 증인이 더 이상 이 세상에 남아있지 않는 어느 날, 그리하여 우리에게 이 기억이 희미해지는 시기가 오면, 이 명백한 역사적 사실조차 각각의 주장이 대립하는 논란의 하나로 기억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일제 식민치하, 한국전쟁, 군부독재… 한국 근현대사를 온몸으로 치열하게 살아 내셨던 한 분이 지난 15일에 우리 곁을 떠나셨다. 그분의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으나, 한국 역사의 모든 한 장면 장면마다 직접 참..
잡초는 뽑아내지 않으면 세력이 된다 화단에 물을 준다. 이제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말라 죽은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가지에도 새 순이 올라오고 어느덧 연두빛이 초록빛을 띈 잎사귀가 달린다. 한때 작은 잎사귀 몇 가닥을 조심스레 내밀고 있던, 이름하지 않아 잡초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두었던 화분이 있었다. 이제 다시 보니, 원래 그 화분의 주인이었던 것은 말라죽고 그 작았던 잡초만이 세력을 이뤄 무성하다. 식물이 군락을 이뤄 세력이 될 때까지 마음을 써야한다던 조경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식물에게도 세력이 있느냐고 난 물었고 그 분은 세력이 되면 겉잡을 수 없게 되어 그 땅의 주인이 된다했던 것 같다. 그때 너무도 작아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어 뽑지 않았던 것이 점점 세력이 되어 원 주인을 사라..
고통을 끝내고 싶은 선택 얼마 전 노회찬 의원의 비보에 큰 슬픔과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강인하고 유쾌한 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던 것 같다. 사건당일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를 손에서 놓고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 아파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심결에 들리는 소리가 귀에 걸려 서글펐다. 잘못한 일이 있어 자살한 사람에 대해 너무 호들갑이라 한다. 연일 노회찬 의원의 사망과 관련된 기사와 방송이 이어지자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 죽음만 저리 떠들고 있으니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불의의 헬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7명의 젊은이들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장병들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 세상 어느 목숨이 귀하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노회찬 의원을 만난 적이 있느냐..
우리도 생태계의 한 일원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앞집에 사는 10살된 꼬마였다. 품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까만 털로 뒤덮인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사정이 있으니 그 고양이를 좀 맡아달라고 그 꼬마는 내게 부탁을 했다. 한 생명을 맡는 일이 어떤 물건을 맡아 보관해 주는 일과는 다르다. 선뜻 그러마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꼬마는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일단은 내 집으로 들어와 방법을 생각해보자 말하는데 마침 그 꼬마의 부모가 나왔다. 내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그 꼬마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쯤 지났을까 주차하고 내리는데 어디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도 절박하다. 그날 보았던 그 검은 고양이었다. 그 짧은 순간 복도에서 눈을 마주..
Reset : 이별의 시작 Reset : 이별의 시작 여자가 이별을 먼저 말했다.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님을 알기에 남자는 여자를 오랜 시간 붙잡다가 결국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서로 간간히 안부를 묻다가 서서히 빈도가 낮아질 거고그렇게 시간이 흐르다 보면 자연스레 잊혀 갈 거라며 힘들게 연락 끊으며 억지로 선을 긋지는 말자 했다. 그러던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여자의 모든 연락에 반응이 없다. 문의에 곧장 오던 답이 더 이상 오지 않고상투적인 이모티콘 확인도 몇 주가 넘도록 확인되지 않는다.안부가 궁금해 늘 그의 그림자 주위를 기웃거리던 여자는 당황했고 마음이 아팠다. 그의 마음에서 완전히 여자를 지우려는 남자의 의사표현으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여자는 다만, 시간이 필요했으나남자는 여자의 시간을 이해하지 못했다. 남자의 사랑..
진실성을 지닌 저널리즘 뭔가 이상하다. 상식적인 수준에서도 의구심이 들 내용인데 기사의 논조는 너무도 확신에 찼다. 논점이 배제되고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따옴표 기사가 넘치고, 기사가 창작물이 아님에도 추정 기사가 도를 넘는다. 신뢰와 권위를 얻기 위해 활용하는 전문가의 인용조차 의도가 뻔히 드러나 보이는, 국민을 우민으로 대하는 하수의 프레임이다. 의도가 개입된 기사를 제외하고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는 아닐지라도 폭넓은 상식과 취재 등으로 ‘기자로서 최소한’을 기대하는 것마저 ‘직장인’의 한 모습으로 기자의식 없음을 당연하게 보여주는 일면에서 허탈감을 느낀다. 그러면서도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주장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그저 특권의식의 한 면임을 깨닫지 못함에 한탄한다. 기자가 게으르고, 무식하고, 무책임하다. 취재도 안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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