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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interaction ... being & doing for us

우리도 생태계의 한 일원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앞집에 사는 10살된 꼬마였다. 품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까만 털로 뒤덮인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사정이 있으니 그 고양이를 좀 맡아달라고 그 꼬마는 내게 부탁을 했다. 

한 생명을 맡는 일이 어떤 물건을 맡아 보관해 주는 일과는 다르다. 선뜻 그러마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꼬마는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일단은 내 집으로 들어와 방법을 생각해보자 말하는데 마침 그 꼬마의 부모가 나왔다. 내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그 꼬마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쯤 지났을까 주차하고 내리는데 어디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도 절박하다. 그날 보았던 그 검은 고양이었다. 그 짧은 순간 복도에서 눈을 마주치고 눈인사를 했던 나를 기억했던 것일까? 경계심이 유독 많다는 길고양이가 나를 따라오는 모습이 안쓰러워 사료와 물을 챙겨주었다. 밥을 다 비울 동안 나는 옆에서 자리를 지켜주었다. 

집으로 돌아와 아이에게 들은 말은, 그 고양이의 전 주인이 예쁘게 잘 키웠지만 알러지가 심해져서 앞집 꼬마에게 주었다는 것이다. 이 꼬마는 가족들과 상의도 없이 데리고 왔다가 부모의 반대로 길에다 버리게 된 것 같다. 그렇게 길에다 버려두면 다른 길고양이처럼 살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을 했던 것일까? 

최근 연구원을 통해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 중 <도그판타지아>를 송추에서 진행하고 있다. 인성교육프로그램의 연장선에서 기획된 프로그램인데 반려동물과 함께 한다는 사실에만 초점이 맞춰져 그 본질을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듯하다. 인성이라 함은 결국 함께 사는 사람에 관한 것이다. 나와 타인의 존재에 대한 자각과 존중이 전제되어야 비로소 인성의 기본전제인 ‘배려’가 가능해진다. 이 배려를 통해 서로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서 행복하게 ‘공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발의 매개로 반려동물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게 된 것이다. 인성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바로 나와 다른 의사소통을 하는 대상이지만 한 ‘생명’이고 이는 모두 소중하다는 인지. 내가 아닌 다른 생명체의 아픔과 슬픔에 공감능력을 넓혀가는 것.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한 관계의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을 키워가는 것이 인성교육의 과정이다. 

이 세상의 주인이 ‘나’뿐이라는 혹은 인간뿐이라는 오만과 독선에 나는 광분한다. 생명공동체의 한 구성원으로서 ‘나’의 위치를 알고 공생의 방안을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타인과 자연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성남시에서 올린 홍보글에 있던 이런 문장을 떠올린다. ‘길고양이는 도심속 생테계의 한 일원이다.’ 이 문장은 내 머리를 쳤다. 나 역시 생태계의 공동주체가 아닌 객체로서 그 생명체들을 바라보고 있음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만약 그 검은 고양이가 사람 아이였다면 당신은 어떻게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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