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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interaction ... being & doing for us

창업을 결심한 후배들에게

창업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자리라 한다. 거기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생각이 많아졌다. 다만 후배이기도 하고, 동지이기도 하고, 내 딸이 머지않아 이들의 모습으로 나와 마주하게 될 그런 친구들이어서 특별히 더 마음이 쓰인다. 내가 조금 먼저 사회에서 겪고 느꼈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각자 취사선택하고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함께 연대하는 의기와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먼저 느꼈던 문제는, 낯선 그리고 공정하지 않는 공식적*비공식적 사회의 룰이었다. 그것을 정면으로 치고받으면 물색 모르고 튀는 이대생이 되는 것이고,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나 역시도 별 수 없는 ‘그저 그런 여자’가 되어 암묵적 동의자가 된다. 여전히 세련된 처세술을 터득했다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선택권이 있다 믿는 지금에 이르기 전까지, 세상에 대해 내가 어떤 태도를 갖춰야 하는가에 관한 시행착오가 업무 차원에서 겪는 것보다 더 큰 문제가 되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후배들에게 취업이든 창업이든 사회생활하기를 권하고,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분명히 창업에 더 기회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용기를 갖고 적극적으로 도전해 보길 응원한다. 또 현재 론칭 준비 중인 프로젝트 역시 이런 도전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쉽지 않은 도전에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요청하고, 언제든지 비빌 언덕이 되기도 하는, 그런 든든한 뒷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이제 창업하기로 결심했다면 보다 잘 준비했으면 한다. 학교를 졸업하고, 사회경험이 전혀 없는 친구들이라면, 창업 전에 직장 생활해보기를 권한다. 물론 닥치면 잘 해내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대한민국 창업성공률이 1% 미만인 것을 감안한다면 사전 준비는 필수이지 않나 싶다. 우리가 익숙하게 보는 카페를 창업하려는 예비창업자도 최소 1년 정도 타 영업장에서 경험을 쌓는다고 들었다. 하물며 생소한 분야에서 창업한다면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예기치 못한 일은 또 얼마나 많을까? 겁을 먹고 움츠려 들라는 말이 아니다. 백신 접종 차원으로 이해하면 될 듯하고, 이를 통해 창업자의 가장 중요한 요소인, 멘탈 관리를 위해서도 필요함을 알아두면 좋겠다.

창업자라면, 우선 내 회사에 관해 ‘디자인’을 할 수 있어야 하고, 이 회사가 사회와 균형점을 맞춰 적응해낼 수 있도록 전방위적으로 사고하고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대표가 이런 전반적인 통찰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공부와 직*간접적 훈련 혹은 경험이 필요하다. 최소한 이런 디자인 능력, 자신의 사회적 attitude와 habit 관리, 업무처리 프로세스 파악 정도는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뚝심 있게 프로젝트를 밀어 불일 배짱이 생기지 않고, 상대를 설득해낼 힘도, 신뢰도 얻기 어렵다. 사회생활은 나의 아이템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계로 돌아간다. 심지어 그 아이템조차 사회 내 관계에서 포지션을 확보해야 의미를 갖는다.

창업을 염두에 둔 취업이라면 분명히 근무자세부터 달라질 것이다. 언젠가는 본인의 회사에서 이뤄질 일들에 관해 선행 경험을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편한 자리보다는 회사의 핵심부서, 그리고 전반적으로 구석구석 순환 근무할 전략을 세울 것이고, 되도록 다양한 또 향후 본인의 회사에서 만날 분야의 바이어를 미리 경험해보고 특별히 더 신경 써서 관계 맺도록 노력할 것이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가리지 말고 모두 제 각각의 장단점이 있으니 기업의 규모에 상관없이 경험하길 권한다. 취업이 어렵다면 다양한 인턴십 프로그램이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왕이면 관련 업종에서 근무해보기를 바라며 마케팅, 영업, 광고, 무역 등 대외관계를 경험해볼 수 있는 일을 해보면 좋겠다. 나아가 국내만 아니라 국외에서 자원봉사라도 경험할 기회가 있다면 놓치지 않으면 싶다.

큰 회사에서 갖춰진 조직을 통해 누리는 인프라의 장점, 또 그런 문화를 체득하며 향후 내가 사업주로서 응대해야 할 대상들에 대해 익힐 필요가 있다. 매너리즘에 빠져 안주하지 않는 한, 숨 막힌다는 하소연도 경험으로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반면, 작은 회사에서는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고, 소소한 성취감과 디테일을 키울 수 있다.

보통 직장생활을 하기보다는 괜찮은 아이템을 갖고 진즉 창업했으면 성공했을 거라고 말하는 직장인들을 종종 본다. 본인이 얼마나 그럴싸한 백그라운드를 갖추고 또 성장했는지 알 수 없지만, 개인차원에서 접촉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이 조직 차원에서 접촉할 수 있는 기회와 경험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조직의 성격에 따라 경험해볼 수 있는 세계의 크기가, 접점의 격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개인이 브랜드를 갖추기 전 단계라면 개인 000이 아니라 어느 조직의 000이기 때문에 영향력이 생기는 것이다. 같은 일을 진행해도 내가 어느 조직에 속해 진행하느냐에 따라 영향력과 평가가 달라진다. 또 그에 따라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자신감의 크기조차 다르다. 조직에 있다가 창업 후 허허벌판에서 가장 먼저 체험하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도 못하며 내가 누렸던 유무형의 지원들, 기존 조직의 울타리가 얼마나 편안하고 또 그 안에 있었을 때 더 활용하면 좋았을 기회가 얼마나 많았었나 하는 아쉬움이다. 조직 내에서 능력 인정을 크게 받았던 사람일수록 그 갭은 더 크다. 그러니 최대한 활용하여 진일보할 밑천으로 삼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꾸준히 나를 성장시키는 습관을 가지기를 바란다. 우선은 많이들 간과하는 것 중 하나가 건강관리다. 고리타분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본인의 건강관리와 시간관리, 공부하는 습관을 갖추는 것은 분야를 구분하지 않고 기본 전제되는 것이라 종종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그러나 기본 전제라는 것은 나의 하루에 반영되어 꾸준히 지속되어야 한다. 특히 공부하는 습관을 통해 본인만의 코어를 갖출 수 있고 이것이 곧 나의 경쟁력이 된다. 기술이나 테크닉은 코어가 있을 경우에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불어 생활관리도 언급하고 싶다.

생활관리라고 하니 생소하게 느낄 것으로 안다. 우리는 개인적 삶과 사회적 삶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아 내 일상에 반영해야 한다. 두 삶을 조화롭게 병행하지 못하면 늘 양자택일해야 하는 선택에만 놓이게 된다. 본인이 꿈꾸는 삶이 건강하게 오래 지속되길 바라고, 풍요로워지려면 당장은 더딘 것처럼 보일지라도 그 어느 것도 포기하거나 뒤로 미루지 말고 우선순위에 따라 비중을 달리해 병행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그렇다고 허투루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으면 싶다. 친목도모도 좋지만 한정된 자원(시간)을 효율적으로 배분할 수 있도록 기준을 갖고 이를 습관화해야 한다. 사람을 가리라는 말로 이어질 수 있겠지만, 어떤 측면에서는 맞다. 내게 이득이 되는, 남들이 선망하는 그런 좋은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공과사의 인간관계를 조화롭게 양립할 수 있도록 시간을 활용하라는 의미다. 좋은 사람들과 밀도 있게 유대관계를 형성해두라. 유의미한 인맥은 세월이 쌓인 관계 위 신뢰에서 형성된다. 공적인 관계에서도 주위의 attitude와 habit이 좋은 사람, 멘토로 삼을 수 있는 선배, 함께 하는 동료, 지금처럼 관심사가 같은 peer 그룹과 관계를 잘 맺으라 말해주고 싶다. 대표의 자리는 책임지는 자리다. 늘 사람들에 쌓여 바쁘게 보내지만 정작 고독한 자리여서 공감하고 대화 나누기 위한 친구가 늘 필요하다. 멘탈 관리를 잘할 수 있도록 개인 삶의 여백도 마련해둬야 한다. 

어떤 일을 하기로 결심하면 최선을 다하되, 목숨은 걸지 마라. 기회는 또 있다. 기회를 놓쳤다 아쉬워하거나 아이디어를 도둑맞았다 억울해하지 마라. 믿기 어렵겠지만,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나만 있지 않다. 그러니 매 순간 그 조직에서 최선을 다하고, 다음 기회를 잡을 수 있을 만큼 나는 끊임없이 성장할 것임을 믿고 노력하라. 목표를 세우고 적절히 exit의 타이밍을 잡는 것, 손절매할 기준도 세워야 다음 기회도 있음을 명심하면 좋겠다.

길게 말하지 않으려 했는데, 경험까지 곁들이지 않았음에도 원고가 넘친다. 차분히 또 세세하게 말해주고 싶은 욕심이 난다. 지금은 하나도 귀에 들어가지 않을 잔소리에 불과할 것을 알면서도 마음은 그러하지 못하니 애정이 있는 거다. 사업이 곧 나의 인생은 아니다. 절체절명, 사람의 목숨이 오가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우리 모두는 이 세상에 어떤 요소로, 필요한 존재로서, 의미 있는 존재로서 존재한다. 이 존재가 온전하고 행복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지금 이 순간조차 이것을 위한 시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매 순간 즐기고, 행복하게 도전하기를 바란다. 더불어 선배 찬스는 두었다 국 끓여 먹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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