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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in's Insights

민주주의는 일상생활에서 시작되고 실현된다 얼마 전, 한 정치인 지지자 모임에 참석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 나이를 물었고, 곧이어 호칭이 정리되며 위계가 형성되었다. “언니”, “형”, “동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서로의 말투와 태도는 순식간에 정돈되었다. 나는 그 상황이 몹시 낯설고 경직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적 연대를 위한 자리에서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서열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일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장면에 대해 그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듯했다는 점이다.이것은 단순한 문화적 차이나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이중성, 곧 공적 영역의 민주화와 사적 영역의 위계 질서가 공존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쳐왔지만, 정.. 더보기
잡초는 뽑아내지 않으면 세력이 된다 화단에 물을 준다. 이제는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는 것 같다. 말라 죽은 것은 아닌가 걱정했던 가지에도 새 순이 올라오고 어느덧 연두빛이 초록빛을 띈 잎사귀가 달린다. 한때 작은 잎사귀 몇 가닥을 조심스레 내밀고 있던, 이름하지 않아 잡초라고 불리는 것이 있어 안쓰러운 마음에 그냥 두었던 화분이 있었다. 이제 다시 보니, 원래 그 화분의 주인이었던 것은 말라죽고 그 작았던 잡초만이 세력을 이뤄 무성하다. 식물이 군락을 이뤄 세력이 될 때까지 마음을 써야한다던 조경전문가의 말이 떠올랐다. 그때 식물에게도 세력이 있느냐고 난 물었고 그 분은 세력이 되면 겉잡을 수 없게 되어 그 땅의 주인이 된다했던 것 같다. 그때 너무도 작아서 안쓰러운 마음까지 들어 뽑지 않았던 것이 점점 세력이 되어 원 주인을 사라.. 더보기
고통을 끝내고 싶은 선택 얼마 전 노회찬 의원의 비보에 큰 슬픔과 아픔의 시간을 보냈다. 너무도 강인하고 유쾌한 분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 충격은 더 컸던 것 같다. 사건당일 많은 사람들이 일상의 업무를 손에서 놓고 안타까운 죽음에 가슴 아파했다. 그러면서 또 한편으로는 무심결에 들리는 소리가 귀에 걸려 서글펐다. 잘못한 일이 있어 자살한 사람에 대해 너무 호들갑이라 한다. 연일 노회찬 의원의 사망과 관련된 기사와 방송이 이어지자 언론이 편파적이라고 말한다. 한 사람 죽음만 저리 떠들고 있으니 국가를 위해 봉사하다 불의의 헬기사고로 목숨을 잃은 7명의 젊은이들은 잘 다뤄지지 않는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장병들의 죽음은 참으로 안타깝다. 이 세상 어느 목숨이 귀하지 않고 안타깝지 않은 죽음이 있을까? 노회찬 의원을 만난 적이 있느냐.. 더보기
우리도 생태계의 한 일원 어느 날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앞집에 사는 10살된 꼬마였다. 품에는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까만 털로 뒤덮인 아직 한 살도 되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있었다. 사정이 있으니 그 고양이를 좀 맡아달라고 그 꼬마는 내게 부탁을 했다. 한 생명을 맡는 일이 어떤 물건을 맡아 보관해 주는 일과는 다르다. 선뜻 그러마 하고 대답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그 꼬마는 이해하기 어려웠나 보다. 일단은 내 집으로 들어와 방법을 생각해보자 말하는데 마침 그 꼬마의 부모가 나왔다. 내게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그 꼬마와 고양이를 데리고 집으로 들어갔다. 이틀쯤 지났을까 주차하고 내리는데 어디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가 너무도 절박하다. 그날 보았던 그 검은 고양이었다. 그 짧은 순간 복도에서 눈을 마주.. 더보기
사람만이 아니라 생명을 생각할 때 지난 여름, 애견수영장 ‘도그판타지아’를 운영하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다. 세상이 참 좋아져서 동물을 위한 수영장까지 있다며, 사람보다 더 나은 팔자라 비아냥거리는 말이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생명을 생각하고 이해하고 소통해야 한다는 고민은 보이지 않는가 보다. 보여지는 사회현상을 이해하고 그 근원적인 문제를 찾아 해결책을 찾는 과정까지 생각하기가 사람들은 쉽지 않은가 보다. 함께 하는 동료들도 대한민국에 당면한 급박한 현안들이 많은데 반려동물 또 인성교육 운운하는 것이 팔자 좋은 사람들의 유희로 느껴지는 것 같다. 당장 저출산 문제로 대한민국을 지킬 군인이 부족해 안보가 위협받고, 경제 저성장을 포함하여 국가를 구성하는 국민도 점점 사라져 나중에는 한 세기 안에 대한민국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판국에 어.. 더보기
포스트 코로나 19, 희년의 계기 새해를 맞으면 누구나 새로운 계획을 세우곤 한다. 어제 떠올랐던 해와 오늘 아침 뜬 해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그럼에도 사람들은 해마다 1월 1일이면, 한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는 기회를 갖는다. 과거의 시간에 종지부를 찍는 일종의 리추얼인 셈이다. 그리고 뭔가 새로 시작된 듯한 희망을 품는다. 올해는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여느 해처럼 새해를 맞지 못한 것으로 안다. 2021년 1월 1일을 시작으로 2월 12일 전통 명절인 설, 계절의 흐름으로 만물의 시작을 따지는 절기, 입춘을 기준으로 하면, 한국인에게는 적어도 3번의 새해를 다짐할 기회가 있는 셈이나 올해는 아마 입춘까지도 각 가정에서 개별적으로 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래도 입춘이 지나는 2월까지 5인 혹은 10인 .. 더보기
창업을 결심한 후배들에게 창업에 관심이 많은 후배들에게 도움이 되는 말을 해주는 자리라 한다. 거기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해줘야 하나 생각이 많아졌다. 다만 후배이기도 하고, 동지이기도 하고, 내 딸이 머지않아 이들의 모습으로 나와 마주하게 될 그런 친구들이어서 특별히 더 마음이 쓰인다. 내가 조금 먼저 사회에서 겪고 느꼈던 경험과 생각을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각자 취사선택하고 개선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는 함께 연대하는 의기와 용기를 가지길 바란다. 사회생활에서 가장 먼저 느꼈던 문제는, 낯선 그리고 공정하지 않는 공식적*비공식적 사회의 룰이었다. 그것을 정면으로 치고받으면 물색 모르고 튀는 이대생이 되는 것이고, 이의 제기하지 않으면 나 역시도 별 수 없는 ‘그저 그런 여자’가 되어 암묵적 동의자가 된다. 여전.. 더보기
어느 플랫폼 기획 배경 사업기획을 종종 한다. 의뢰인의 한결같은 요구는 ‘돈이 되는 것’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다. 이런 속내를 포장해 우회적으로 전달하면서 본인이 속물임을 들키지 않으려고 하니 의뢰인의 솔직한 인정을 얻는 단계까지 상당히 불필요한 시간이 소요되곤 한다. 영리 사업을 한다면서 비전만 좇으며 수익을 고려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난센스라고 난 생각한다. 다만, 해서는 안 될 최소한의 기본을 지키고, 사회환원적 요소를 마련하는 등 조금은 덜 탐욕적일 수 있는 보완장치를 초기부터 고려해달라는 편이 훨씬 더 도덕적이고 양심적이며 신뢰 가는 오너십이 아닌가 싶다. 더불어 경제를 말할 때 정치를 따로 분리하지 않는다. 태생부터 정치 경제는 한 몸이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안에서 내면화된 권력지도의 총체적 고려가 필수이기 때문..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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