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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Dain's Insights

좋은 도서관은 문화수준을 높인다

독서마라톤 대회가 있다고 한다. 작은 도서관에 도서구입자금 및 월 50만원의 운영비가 지원된다고 한다. 뭔가 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은 좋아 보인다. 그러면서도 뭔가 아쉬움이 남는 이유는 기대치가 너무 높아서일까?

좀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국내나 해외나 어느 곳을 여행하든지 가능하다면 그 곳의 도서관이나 대학을 찾곤 한다. 적어도 그 곳의 서점이라도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런 장소에서 느껴지는 사람들의 모습과 어떤 책을 읽고 있느냐를 바라보며 그 지역 사람들과 그들의 미래를 생각해 보곤 하는데 그 당시 받았던 인상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또 다른 편견을 갖게 만든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며 경기 북부 지역의 도서관을 중심으로 의견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신다. “촌이니까 어쩔 수 없죠.” 이 한 마디에 또다시 벽을 느낀다.

촌이니까 어쩔 수가 없다. 이 말은 다시 촌이니까 자치단체차원에서 또 지역 대학을 중심으로 더 적극적으로 뭔가를 더 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움직여야 한다. 사람들이 서울로만 모여 살려는 이유는 양질의 직장과 교육, 의료 그리고 문화시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의 차이를 만들고 이것은 또 이동의 이유를 만든다.

촌이라서 제대로 된 문화나 연극을 볼 수가 없다. 촌이라서 제대로 된 진료를 받을 수 없다. 촌이라서 의식수준이 떨어져 서울에서 논의되는 문제의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다. 촌이라서 교육 수준의 차이가 난다. 촌이라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으니 대학진학도 떨어지고 대체 선택의 기회도 적다. 촌이라서 제대로 된 평생교육의 기회가 적다. 촌이라서 무식하고 교양 없다. 촌이라서…… 과연 촌이라는 변명으로 이 모든 것의 이유가 되는 것일까?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는 어렵다. 질도 중요하지만, 양적 성과도 따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음을 알고 있다. 그런데 지금의 모습은 그래도 중요하게 생각은 한다는 ‘양질(良質)’이라는 측면을 너무 등한시하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좋은 모델은 모방을 통해 전파되기 마련이다. 특히 도서관을 중심으로 모방할 가치가 있는 제대로 된 표준을 만들 필요가 있다.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눈다는 것은 의식을 높이고 다양한 경험들을 이해하게 되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려면 좋은 책을 채울 수 있도록 전문인력과 도서구입비를 중심으로 지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수험서나 제 돈 주고 사서 보기는 아까운 책을 희망도서구입 명단에 신청한 것이거나 최근 회자되는 베스트셀러 중심의 단행본만을 구비할 것이 아니라 기준을 정해 체계를 갖춰 읽을거리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출판사에 전화해서 기증 좀 해달라고 애원할 것이 아니라.

오늘을 살고 있는 사회의 중심계층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어른이 책을 읽는 문화를 갖는다면 자연히 아이들도 모방하게 된다. 어미 게가 자신은 옆으로 걸으면서 아기 게에게 똑바로 걸으라고 야단친다는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가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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