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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일상생활에서 시작되고 실현된다 얼마 전, 한 정치인 지지자 모임에 참석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누군가 나이를 물었고, 곧이어 호칭이 정리되며 위계가 형성되었다. “언니”, “형”, “동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오갔고, 서로의 말투와 태도는 순식간에 정돈되었다. 나는 그 상황이 몹시 낯설고 경직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정치적 연대를 위한 자리에서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서열이 작동할 수 있는 것일까? 더 당황스러웠던 것은, 이 장면에 대해 그 누구도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듯했다는 점이다.이것은 단순한 문화적 차이나 예절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 민주주의의 이중성, 곧 공적 영역의 민주화와 사적 영역의 위계 질서가 공존하는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우리는 군부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쳐왔지만, 정.. 더보기
용산을 생각하다: 기운의 자리, 권력의 자격 재테크에 관한 책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한동안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이 대거 출간되면서, 입지 선정 과정에서 풍수 개념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모든 땅에도 생명이 있어 흥(興)하고 쇠(衰)하는 순환이 있기 마련이며, 그 주기를 잘 읽고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옛 지명을 참고해 파악하다 보면 지리적 특징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경학에도 눈을 뜨게 된다. 여기까지는 굳이 풍수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학문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식이다. 풍수학적으로 ‘부자가 나는 지형’의 조건을 살펴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전면이 탁 트이고 안정된 터, 좌청룡·우백호, 명당수(明堂水)와 안락수(安樂水)의 조화, 곡(谷)이 있어 기운이 잘 머무는 곳, 바람이 세지 않고 막아주는 지형, 물..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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