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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Dain's Insights

자가 방역은 타인을 위한 배려

최근 진단키트 수출을 위해 해당 국가등록을 위한 자료 및 샘플 물량을 요청하는 오더가 있었다. 그 국가의 경우에는 그동안 우여곡절이 있던 터라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대응하려는 과정에서 총판 대표와 연락을 시도하는데 계속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다. 바로 처리될 것을 알고는 있었으나 정확한 확인을 위해 몇 번이나 연락을 시도했다. 목요일, 금요일, 주말이 지나고, 분주한 월요일을 이해한다 해도 평소 행동 패턴과는 너무도 달라 다른 루트를 통해 확인해보니 그 총판 대표가 코로나 19로 확진되어 병원에 입원했다는 것이다.

그 대표와 접촉이 있었던 진단키트 생산업체 담당자 및 직원 일부는 2주간 자가격리 중이고, 공장은 가동을 멈추고 전체 소독을 하는 등 비상사태라 했다. 소문이 나서 좋을 일이 아니니 쉬쉬거리며 사태 수습 중에 적극적으로 연락을 취한 나는 내용을 알게 된 것이다. 바이어와 미팅이 잦은 입장이다 보니 또 다른 경로를 통해 감염이 될 수 있는 사회적 환경 안에 활동하고 있으니 늘 감염의 가능성은 있지만, 너무도 가까운 거리에서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사실은 새롭게 느껴졌다. 원만히 모든 일이 잘 처리되었다면 나 역시도 그 분과 불과 몇 주전에 미팅을 할 수도 있었고 자칫 진단검사 및 자가격리를 해야 할 수도 있었다.

요즘 기사를 보고 있노라면 코로나 19의 확산은 잦아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아이 등교를 위해 학교 인근에 갈 때면 학생은 마스크를 잘 착용하고 등교하는 모습을 본다. 그러나 교문 앞을 지나가는 다른 사람들은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있거나 착용하고 있지 않다. 최근 카페나 식당을 가보면 거리를 두고 앉은 경우를 찾아보기 어렵고, 대학가 앞이나 대기줄이 긴 번화가 식당에서는 어깨를 붙이고 앉아 거리낌 없이 음식을 먹고 대화를 나눈다. 재난지원금이 지급된 후 동네 먹자골목은 때마침 찾아온 더위와 맞물려 한여름에 종종 봐왔던 이웃과 어울려 담소를 나누는 풍경을 곧잘 연출하곤 한다.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되며 주위를 둘러보며 느꼈던 바는 이 사태가 상당히 장기화되겠구나 하는 것이었는데 그 예감이 그리 틀린 것이 아닌 것 같아 유감이다.

마스크 쓰기가 생활화되지 않았을 즈음, 어느 서비스업체 사장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님을 대하면 예가 아닌 것 같아서 본인은 마스크를 쓰고 손님을 응대하지 못하겠다 했다. 그에게 마스크 착용은 본인의 위생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타인을 위한 배려라고 말해주었던 기억이 있다. 어느 KF94 마스크 브랜드 중 ‘굿매너’라고 된 것을 발견하고 참 브랜드명 잘 지었다 생각도 했다.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상생활을 하는 등 생활 방역을 실천하는 일은 여전히 번거롭고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실천하고자 노력하는 이유는 소소한 것 같은 나의 노력이 나와 내 이웃을 지키는 최소한의 의무이기 때문이다. 

한동안 국외에서 한국의 성공적인 방역시스템에 관해 상당히 모욕적인 분석을 기사화하기도 했다. 한국인이 권위에 순응적인데 이는 유교사회, 식민지 피지배 경험, 독재사회를 겪었기 때문에 국가통제가 가능하다는 내용이었다. 나의 자유를 보장받기 위해 타인의 자유를 존중해야 하는 최소한의 사회적 합의, 이를 위한 자발적 시민의식의 발로임은 민주사회를 살아가는 당연한 전제임에도 민주주의 선진국이라 자칭하는 그들에겐 이 기본원칙이 아직 내재화되지 못했는가 보다.  

마스크 공장 및 공장으로 공급되는 기기를 파악하면 분명히 과거보다 그 규모가 늘었다는 점은 사실이다. 그러나 하나같이 신설되는 공장이나 기존 공장들의 기기 증설 등을 살펴보면 mb필터 없는 덴탈 마스크에 집중되어 있어서 곧 문제가 될 것처럼 보인다. 또 역시나 이상 과열된 투자 분위기라 곧 이 거품이 제거된 후 발생할 후폭풍이 우려된다. 그럼에도 오늘도 역시 마스크 생산시설을 갖추고자 하는 문의가 이어진다. 일상에서 잘 착용하지도 않으면서 끊임없이 마스크 생산은 늘이고 있는 부 조화스러운 지금의 모습을 보면, 이 탐욕이 향하는 끝에 무엇이 있는가 하는 우리의 보편적인 물음과 맥이 닿아있음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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