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에 관한 책은 언제나 인기가 높다. 한동안 부동산 투자 관련 서적이 대거 출간되면서, 입지 선정 과정에서 풍수 개념이 자주 언급되기도 했다. 그 요지는 이렇다. 모든 땅에도 생명이 있어 흥(興)하고 쇠(衰)하는 순환이 있기 마련이며, 그 주기를 잘 읽고 흐름을 타야 한다는 것이다. 옛 지명을 참고해 파악하다 보면 지리적 특징을 이해하게 되고, 자연스럽게 지경학에도 눈을 뜨게 된다. 여기까지는 굳이 풍수학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학문에서 충분히 공감할 만한 상식이다.
풍수학적으로 ‘부자가 나는 지형’의 조건을 살펴보면, 배산임수(背山臨水)로 전면이 탁 트이고 안정된 터, 좌청룡·우백호, 명당수(明堂水)와 안락수(安樂水)의 조화, 곡(谷)이 있어 기운이 잘 머무는 곳, 바람이 세지 않고 막아주는 지형, 물길과 땅길이 서로 보완되어 흥망의 주기가 빠른 곳, 그리고 지형적으로 함몰되는 곳보다는 돌출되는 곳이 좋다고 본다. 서울에서 대표적인 지역으로는 종로, 한남동, 강남 일부 고지대가 있다. 특히 풍수에 관심이 많았던 삼성가(家)의 주택지가 한남동 등 용산 일대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도 이 맥락과 연결된다.
한편, 용산은 ‘조선의 배꼽’이라 불리며 기(氣)가 머무르고 모이는 곳, 즉 서울 기운의 핵심을 쥔 자리로 여겨졌다. 일제강점기에는 일제가 조선의 기를 끊기 위해 용산을 의도적으로 군사적 거점으로 삼았다는 설명도 있다. 물론 조선의 기운을 실제로 끊을 수 있었는지는 단정할 수 없으나, 전략적으로 교통의 요지였기 때문에 철도가 놓였고, 서울 시내와 가까워 서울을 직접 통제하기도 쉬웠다. 또한, 일본군 주둔지가 조선 궁궐 바로 앞에 자리함으로써 조선 왕권을 약화시키는 상징적 의미도 충분히 지녔다.
해방 이후 용산은 미군 주둔지로 전환되면서 풍수의 맥이 열리지 못했다. 오랜 시간 막혀 있던 이 공간이 2022년 미군기지 반환과 용산공원 조성 추진으로 인해 비로소 기운의 흐름이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는 해석도 있지만, 아직은 회복 중이라는 견해가 많다. 풍수적으로 기운이 완전히 회복된다면 이 일대는 사방에 산이 없더라도 좋은 평지룡의 터로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재물운이 모이는 곳은 ‘열린 땅’이고, 권력운이 모이는 곳은 ‘닫힌 땅’이기 때문에, 용산은 권력의 중심지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렇다면 2022년 용산 대통령실을 기획한 이들은 과연 무엇에 방점을 두고 이 결정을 실행에 옮겼던 것일까? 배금주의(拜金主義)를 신념으로 삼는 이들에게 국가권력을 맡기면, 공공재를 사유화하고 국가 사업을 개인의 수익모델로 만든 대통령을 우리는 이미 10여 년 전에도 경험한 바 있다. 더구나, 파렴치하게도 그러한 행보에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던 모습을 보며 우리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권력은 공동체 안의 사람들과 공감하고 공공선을 추구할 수 있는 이에게, 그 무게를 느끼도록 쥐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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