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茶仁의 視線

내가 생각하지 않으면 남이 생각한 대로 움직이게 된다

전공 탓일까? 내게 좌파냐 우파냐를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다. 최근에는 그런 질문을 더 자주 받게 되는데 그때마다 대한민국에 그런 것이 있느냐고 되묻곤 한다. 그러면 보통은 대화가 거기서 끊긴다. 질문하는 사람들조차 좌파냐 우파냐에 관한 깊은 고민을 한 질문이 아님을, 그저 본인의 주장을 강조하고픈 마음이 앞선 질문임을 스스로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몇 해 전이다.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다. 마침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노무현 씨가 대통령이 되어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거라며?” 순간, 당황스러웠다. 질문에 대해 어떻게 답을 해야 할지 감감했다.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라 경제를 말아먹은 주범인지 예를 들어보시라고 여쭸다.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하셨다. 당신의 생각이 아니셨던 것이다. 그저 어디서 들은 얘기인데 대화에 참여하시고자 한 마디 하신 것이다. 걱정스러웠다. 소위 생계로 바쁜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국민이 어머니 같을 것이고, 또 그런 사람들이 우리의 미래를 위해 투표할 것이기 때문이었다.

대학에 입학하고서 나는 누구의 말이 '객관적'인 것이어서 믿을 수 있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대한민국의 언론이라는 것이 말하고 있는 것과 대학가에서 현장을 담은 사진과 내가 직접 파악한 사실은 전혀 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일일이 모든 현장들을 따라다니며 내가 직접 확인하며 다닐 수도 없는 일이고, 내 하루 일과의 시작은 대한민국 내의 모든 신문을 읽어 내려가는 것이었다. 10종이 훨씬 넘었던 것 같은데 꼼꼼히 그날의 신문을 읽다 보면 하루가 다 지나가고, 다음날이면 그 전날 읽은 양만큼의 신문이 또 쌓이는 것이다. 그런 날들이 반복되자 나는 점점 지쳐갔다. 그런 내게 지도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 ‘fact를 파악하라. 그리고 진실에 근접하도록 재구성하라’. 

요즘 사회분위기는 진보 성향이 아니라 말하면 소양이 없는 사람처럼 치부되는 것 같다. 반면 반공 이데올로기가 여전히 삶의 기준이 되는 사람이 있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입장의 표현이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상대방을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하는 매카시즘화 됨을 우려한다. 사회가 점점 경직되고 폐쇄화 되어가는 느낌을 받게 되어 걱정스럽다. 다양한 생각이 공존해야만 그 사회는 그만큼 열린 사회이고, 이종의 존재도 공생의 구성원임을 받아들이며 타협해 합의를 만들어내는 건강한 사회이기 때문이다.

좌파나 우파나 어느 정치이론이나 정치적 성향도 철저히 사회 안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이들의 고민을 이해하고 사회를 발전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는 것, 이것이 우리들의 임무다. 정치는 대표선수 뽑아 놓고 구경하는 게임이 아니다. 바로 나의 삶과 나의 다음 세대의 희망이 걸린 생활이다. 책임감을 갖고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로 내 삶과 내 아이들의 삶을 변화시킬 것인지 스스로 생각하는 일을 습관화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않으면 남들이 생각하고 짜 놓은 판세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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